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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업가들은 왜 자꾸 매출도 없고 고객도 없는 서비스를 만들까.

Publish

2026.04.11

Author

Leo (장준하) Jang

많은 사람이 스타트업 서비스를 볼 때 은근히 이렇게 생각한다.
“이건 도대체 어떻게 구현한 거지? 나는 못 만들겠다.” 싶은 서비스는 잘될 것 같고,
“이런 걸로 돈이 된다고? 이 정도면 나도 만들겠는데?” 싶은 서비스는 망할 것 같은데?

나도 전에 그렇게 봤었다.
기술적으로 복잡하고, 대단해 보이고, 쉽게 따라 할 수 없어 보이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.
반대로 구조가 단순하고, 아이디어가 직관적이고, 얼핏 보면 금방 복제될 것 같은 서비스는 약해 보였다.

그런데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.
오히려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멋있어 보이는 서비스가 높은 확률로 빠르게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고,
반대로 처음엔 너무 단순해 보여서 “이게 되나?” 싶었던 서비스가 꽤 오래 살아남는 경우도 봤다.

이유는 단순하다.
서비스가 복잡하다고 잘되는 게 아니고, 구현이 어렵다고 고객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.

그게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.

우리는 종종 기술력, 난이도, 해자 같은 것에 너무 빨리 매달린다.
특히 기술 기반 창업가일수록 더 그렇다.
“이걸 만들 수 있는 팀이 많지 않다.”
“이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다.”
“이게 성공하면 강력한 해자가 된다.”
이런 생각은 너무 매력적이다.

문제는 고객은 그런 것 때문에 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.
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는 기술이 대단해서가 아니라, 자기 문제가 분명히 해결되기 때문이다.

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고객이 절실하게 원하는 문제가 아니면 안 팔린다.
반대로 기술 자체는 평범해 보여도 사람들이 자주 겪고, 당장 불편하고, 이미 돈을 쓰고 있는 문제를 건드리면 훨씬 강하다.

나도 전에 “이건 안 될 것 같은데” 싶은 서비스를 한 번 시도한 적이 있다.
그 분야는 최근에 뜨고, 투자도 많이 받고 인정받은 회사가 있었고, 관련 논문들을 보니 구현 자체는 가능해 보였다.
그래서 만들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.
그런데 끝까지 막혔던 건 기술이 아니라 판매였다.
누가 이걸 정말 필요로 하는지, 왜 지금 사야 하는지,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가 안 보였다.
결국 포기했다.

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본 건 시장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.
“구현 가능하다.”
“어려운 기술이다.”
“잘되면 멋진 회사가 된다.”
이런 가능성에 취해 있었지,
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.

정말 살 고객이 많은가.
그 고객의 페인포인트는 강한가.
지금도 그 문제 때문에 불편해하고 있는가.
이미 다른 방식으로라도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가.

결국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술력이 아니라 문제의 강도다.
해자도 중요하고 기술도 중요하다.
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다음 문제다.

반대로 고객의 문제가 정말 크다면
처음엔 단순해 보이고, 복제 가능해 보이고,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살아남을 수 있다.
물론 그 과정에서 검증이 어렵거나, 영업이 오래 걸리거나, 시장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.
그래도 본질은 같다.
문제가 진짜면 버틸 이유가 생기고, 고객이 생긴다.

스타트업을 망하게 하는 건 기술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.
오히려 너무 이른 시점에 기술력과 해자에 취해서,
고객과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일 때가 많다.

멋있어 보이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
실제로 팔리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
생각보다 전혀 다른 일이고 팔리는 서비스를 만드는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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